한국 부동산 버블에 꼭 나오는 단골주제는 가계부채이다. 내 체감상 벌써 10년 이상은 된 듯 한 주제이다. 하지만 언론에서 계속 가계부채가 터질것이다 터질것이다 하면서 질질 끌었던 것이 너무 오래 되었다. 가계부채가 위험한 이유와 구조적 분석을 통하여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를 살펴볼 것이다.
부동산 버블 우려 이유 1. 한국인들의 과도한 부동산 사랑
우선 한국 가계의 자산구성과 이것이 과도하게 부동산에 치중되어 있는 이유를 그래프를 통해 설명하도록 하겠다. 우선 한국 가계자산 구성 추이와 해외 선진국들의 가계 자산구성과 비교를 해보자. 아래는 한국가계의 자산구성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이다.
출처: 한국은행, 통계청, cyclico.kr
아래는 한국과 선진국들의 가계 자산구성 비교 그래프이다. 가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비중이 여타 선진국들에 비하여 2배 이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출처: 메트라이프
아래는 부동산과 주식의 시가총액을 비교한 차트이다.
출처: 한국은행, Quantwise,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
15년동안의 장기적 추이를 보면 가계의 자산구성 중에서 부동산 비중이 70프로를 하회한 적이 없다. 또한 주식과 부동산의 시가총액을 비교하면 부동산이 주식에 비해 2.5배나 시가총액이 더 크다. 그래프를 보면 부동산과 주식의 시가총액 갭이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더 커지고 있다.
가계의 자산구성을 보자면 한국인들은 부동산을 매우 사랑하는 민족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가계 자산구성은 중진국이나 후진국에서만 볼 수 있는 형태이다. 자국의 기업들에 대한 신뢰 부족과 주식시장 자체의 후진성 때문에 돈이 몰리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매우 약한 것으로 판단된다. 윤정부 들어서 밸류업이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금투세를 폐지한다고 하지만 배당을 적게주는 기업들이나 복잡하게 얽힌 지배구조와 쪼개기 상장 등 주주들을 배신하는 주주친화적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들이 국민들로 하여금 주식시장에서 장기투자를 꺼려지게 만드는 이유인 것이다. 그로인한 금융시장의 후진성으로 인하여 좁은 땅떵어리에 믿을것은 부동산 밖에 없다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건국 이래로 계속 지속되어 오는 것이다.
과도하게 치중된 자산편중이 부동산 버블을 쉽게 꺼지기 어렵게 한 원인중 하나이다. 이러한 버블이 생기려면 그에 따른 막대한 부채가 뒷바침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가계부채는 왜 증가하게 되었을까? 가계부채가 막대해진 원인과 그 역사에 대해 살펴보자.
부동산 버블 우려 이유 2. IMF이후의 가계부채 추이
98년 IMF 이전까지 일반 국민들은 은행에 대한 접근성이 원활하지 못하였다. 가난한 나라에서 국민들에게 조달할 돈이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은행들은 기업들에게, 특히 대기업들에게 차입을 해주기 바빴고 그 돈으로 기업들은 급격한 성장을 하였다. 여러 썰들이 있지만 본격적으로 전세제도가 도입된 시기는 1970년대라고 한다. 은행에서 돈을 차입할 수 없는 서민들이 자기네들끼리 스스로 사채를 발행하여 사금융화를 한 것이다. 아래 그래프는 GDP 대비 기업부채와 가계부채의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그래프를 보면 IMF 이전까지 가계들은 기업들에 비하여 부채비율이 매우 낮은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한국은행
빨간 원으로 그려진 두 시기를 비교해 보자. 1970년대 이전에는 가계부채와 기업부채의 차이가 약 20%정도였으나 1998년 IMF때 기업부채가 극에 달하였을 때는 60%정도로 벌어졌었다. IMF 사태는 기업들이 외채및 상당한 부채를 갚지 못하여 생긴 문제이다. 감당하지 못할 커다란 부채가 있는 기업들이 외부 충격에 의해서 흔들리자 외채를 갚지 못하여 발생한 사건이 IMF 사태였던 것이다.
IMF 이후 기업들은 철저한 구조조정과 부채를 늘리는 데 있어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IMF 이후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수많은 실직자를 낳았고 그 이후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꺼리게 되니 구직자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였다. 그로인하여 수많은 구직자들은 자영업으로 몰리게 되었다. 자영업자 “수”의 추이를 보면 98년 IMF 이후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자영업자의 “비율”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인데 이것은 한국의 경제가 발전함에 따른 구조적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24년 현재 수많은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즐비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선진국일 수록 자영업자들의 비중이 적어진다.
출처: e-나라지표
그러므로 IMF 이후 은행들은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기업들을 대신하여 수익을 올려줄 주체를 찾아야 하였다. 개인들이 그 주체였고 상당한 대출을 해준 결과 2020년쯤에는 가계부채가 기업부채를 따라잡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은행의 입장에서는 기업대출에 비해 가계대출이 더 용이할 수 밖에 없다. 연체율이 현저하게 낮으며 IMF 이후에 가계들은 대출을 통하여 부동산 경제를 상승시킨 것이다.
아래는 대한민국 주택의 시가총액 추이다. IMF때인 98년 이전에는 그래프의 기울기가 완만하다. 98년 이후 그래프의 기울기가 올라가면서 코로나 이후 막대한 돈을 풀어낸 이후에는 시가총액이 크게 우상향한다. 이러한 그래프의 기울기는 IMF 이후 가계대출이 증가한 추이와 유사한 기울기를 나타낸다.
기업부채는 IMF때 한번 크게 두드려 맞고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하여 디레버리징을 하였고 체질개선을 하였다. 그 바통을 이어받은 가계부채는 아직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거치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가계자산에서 70프로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과도한 부동산 비중은 부동산 버블을 더욱 거대하게 만들었다. 주식시장의 2.5배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시가총액을 사람들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 만큼 부동산의 버블이 터질 가능성이 많을까? 우선 일본 부동산 버블때와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을 비교해 보자.
일본 부동산 버블과의 비교
일본의 부동산 버블은 플라자 합의로 부터 시작될 수 있다. 플라자 합의로 인하여 엔고현상을 겪자 수출에 부진을 겪게 된 일본은 금리를 내리고 수출을 양호하게 하려는 일본 정부의 노력에 의하여 발생 하였다고 볼 수 있다. 금리가 낮아지니 대출을 통한 부동산 투자가 성행하였고 이에 따라 국민들도 같이 참여하여 부동산 버블을 더 키웠다.
이러한 버블 형성 과정에서 일본의 버블은 한국과 유사한 듯 다른점이 있다. 우선 일본 부동산 버블은 주택용 지가가 많이 상승한 것이 아니라 상업용 지가가 많이 상승하였다. 물론 주택용 지가도 상승했지만 기본적으로 부동산 버블은 가계대출이 문제가 아니라 기업대출로 인한 상업용 지가의 상승이었던 것이다. 아래는 일본의 6대 도시 지가지수 추이를 상업지, 주택지, 공업지 별로 비교한 그래프이다.
출처: 국가정책연구포털
위 그래프를 보녀 상업지 지가지수가 80년대 이후 5배가 상승 할 동안 주택지는 2배정도 상승하였다.두 가격지수가 다 올라갔지만 상대적으로 상업용 부동산이 훨씬 더 많이 올라간 모습을 볼 수 있다. 국가정책연구포털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 외 주택용 부동산 구입주체 또한 개인이 아닌 법인이 대다수였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서 어떠한 주체가 버블의 상승을 이끌었는지는 아래 일본의 경제주체별 대출 추이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버블경제였던 80년 중반부터 90년 초까지 파란색 그래프(기업부채)와 초록색(가계부채)를 비교해 보면 파란색 그래프가 초록색 그래프에 비해 많이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즉 80년대 중후반 버블경제 시기의 주요한 경제주체는 가계가 아닌 기업이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출처: IMF, cyclico.kr
또한 부동산 버블이 터진 후 일본은행은 낮은 금리와 부실기업을 살리려고 대출을 연장해주는 과정에서 좀비기업을 양산해냈다. 아래는 부실채권의 추이인데 버블경제 이후 부실채권이 늘어난 원인에는 이러한 구조조정의 실패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고 현재 일본의 정체된 경제를 살펴보면 구조조정 없이 유동성으로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일본의 부동산 버블시대와 현재 한국의 부동산 현황을 비교하자면 비슷한듯 다르다. 일본의 부동산 버블의 주체는 가계가 아닌 기업이고 부채의 많은 부분이 부실기업에 여신되었다. 한국은 가계부채가 부동산 가격의 상승 주체이며 대부분의 대출이 고소득층에 몰려있다는 점이 일본의 부동산 버블과는 다른점이다. 부동산의 지가상승과 과도한 부채는 비슷한 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의 2008년 부동산 버블과의 비교
우선 미국의 부동산 버블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경제위기였다. 서브프라임이란 신용도가 낮은 경제계층을 뜻한다. 즉,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란, 신용도와 소득이 낮은 하위계층에게 빌려줘서 생긴 위기였던 것이다. 아래는 미국의 주택 매매가격 추이와 서브프라임들의 대출 증가 추이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출처: Fred
출처: 크레딧스위스
위 주택매매가격 추이를 보면 파란선으로 그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2004년도 부터 260,000불 이상으로 판매된 주택 매매가격은 2007년 320,000불로 피크를 찍고 2009년 다시 260,000불로 내려 온 것을 볼 수 있다. 그 와중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증가는 2003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2006년에 피크를 찍고 다시 2007년에는 $200 billion로 감소한다. 또 아래는 미국 기존주택 판매 건수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빨간 원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기존주택 건수를 나타낸 그래프이다. 2000년 이전의 레벨과는 다르게 버블 직전까지 주택 판매수가 400만건 이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trading economics
위 그래프들을 종합해보면 2000년대 초중반부터 2008년 전까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집값으로, 많은 양의 주택을 구입했다는 것이다. 주택가격이 하락한다면 대출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연체율이 증가하고 결국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여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고소득층의 대출비율이 높은 한국의 현재 상황과는 다른측면이 있다.
한국의 부동산 부채 위험한가?
그렇다면 한국은 얼마나 많은 고소득층이 가계대출을 받고 있을까? 한은의 자료에 따르면 상위 20프로의 고소득층이 전체 가계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아래는 한은의 소득분위별 대출 잔액 및 점유율을 나타낸다.
위의 자료만 본다면 가계대출이 고소득층에 몰려있으므로 미국의 부동산 위기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하지만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발표한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가계부채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2022년 말 1000조가 넘는다고 한다.(약 1058조원) 가계대출이 고소득층에 몰려있다고 해도 가계부채가 GDP 대비 100%가 넘어가는데 이에 더해서 전세보증금 1000조를 더하면 그 부채가 더 심각한 상황임에는 분명하다.
그뿐만이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금리 추이도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은 변동금리로 받고 있다. 2017년 말 대출 잔액 기준으로 변동금리 대출은 66.8%를 차지했으나 2022년엔 76.4%로 대부분이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다. 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한다면 이자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아래 표를 보면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상승하는 추세이다. 물론 고소득층은 이자부담을 어느정도 부담할 수 있겠지만 대외여건이 악화되어 고소득층의 소득이 줄어들어 이자부담을 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온다면 부동산 문제가 대두될 것임에 분명하다.
10년물 국채금리와 부동산의 관계
10년물 국채금리와 부동산의 수익률/부동산의 가격과 많은 연관이 있다. 우선 10년물 국고채의 경우 미국과 한국 둘 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러므로 10년물 국채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덩달아 오르게 된다. 주담대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의 가격상승은 보합 혹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또한 국채는 보통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무위험 자산으로 여겨진다. 10년물 국채금리가 부동산 수익률 보다 높을 시 돈의 흐름은 10년물 국채금리로 몰리게 되므로 부동산 수익률은 최소 국채금리와 동일하거나 그보다 높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현재 24년 4월 한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약 3.5%정도이다.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 투자수익률은 건물유형에 따라 24년 1분기 1%에서 1.6% 사이다. “투자수익률”이라는 것은 매매차익과 부동산에서 들어오는 수익률을 합산한 수익률로 이를 연으로 환산하면 약 4~6.4%이다. 하지만 부동산 관련 대출 금리가 4~5% 정도로 나오는 현 시점에서 국채보다 위험자산인 부동산에 투자할 메리트가 적은 것이다.
10년물 국채금리 더 오를까?
결론만 말하자면 10년물 국채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많다. 미국 연준의 스탠스가 빠른시일내에 금리를 내릴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전 글 “금이 구조적으로 상승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에서 엄청난 재정적자로 인하여 물가가 잡히지 않고 오히려 상승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상승한다면 미국 국채의 금리도 그에따라 올라갈 것이고 한국의 국채금리는 미국의 금리를 따라가는 구조 이기 때문이다.
버블 붕괴 후 한국 경제 구조 변화 예상
한국의 기형적인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구조로 인하여 부동산 불패 신화를 이루어 냈다. 그 바탕에는 IMF 이후의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에 있었다. 물론 미국과 일본의 사례와는 조금 다른 구조이긴 하나 전반적으로 한국 부동산 버블은 위험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 이유로는 상승중인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변동금리 비율이 상당히 높음을 들 수 있다. 또한 미국 연준의 스탠스와 물가가 재차 상승할 가능성이 많아지기 때문에 10년물 국채금리가 상승 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하여 고소득층의 가계대출이 많다고 하더라도 대외충격에 의하여 고소득층의 수입이 줄어든다면 그들의 대출상환 능력이 감소하고 결국 부동산은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민간부채가 정부부채보다 월등히 높은 상황이다. 부동산 버블이 만약 터진다면 가계에 대출해준 은행이 부도가 나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이고 이것을 메꾸기 위하여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정부가 막대한 자금으로 가계부채를 정부부채로 이전할 가능성이 많다. 그러므로 향후 버블 붕괴 후 가계부채는 낮아지는 반면 정부부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