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에 올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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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알덴이 2020년 9월에 글을 쓸 당시만 해도 코로나 이후 막대한 재정정책 및 통화정책으로 인하여 미국에 인플레이션이 온다 안온다 말이 많던 시기였다. 부채가 많고 기준금리가 0%에 도달하고 통화승수가 낮으면 통화정책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된다. 통화정책은 경제에 제동을 거는 데 효과적이지만 경기부양에는 큰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반면 재정정책은 그 반대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린 알덴의 이 글은 과거 약 100년 전 차트와 자료를 바탕으로 현재상황과 비교하여 오늘날의 경제에 어떻게 적용될 지를 분석한 글이다.
단기부채 사이클
경기확장이 시작되면 기업과 소비자들은 이전의 경기침체에서 회복하여 더 많은 부채와 위험을 떠안으려고 한다. 경기확장이 진행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부채를 떠안게 되고 대내외 변수에 취약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보통 자산가격은 점점 더 높아진다.
결국에는 과도한 부채는 어떠한 촉매제(대내외 변수)에 의하여 경제적 충격과 디레버리징을 경험하게 되며 통상 우리는 이걸 경기침체라고 부른다. 이러한 경우에 보통 정책입안자들은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하여 낮은 금리와 강한 재정정책으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서 채무불이행, 과도한 투자와 레버리지를 제거하고 이러한 순환이 계속 반복된다.
문제는 디레버리징 시기에 일부 부채를 감소시키긴 하지만 예전의 수준의 낮은 부채의 수준으로 돌려놓지는 못하고 이러한 단기부채 사이클이 계속 될수록 부채는 점점 쌓여가는 구조로 이루어진다. 정책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사이클이 다시 빨리 진행되기를 원하고 낮은 금리로서 더 많은 부채를 떠안도록 장려를 한다.
아래 그래프는 지난 40여년간의 GDP대비 기업의 부채 비율(파란색)과 기준금리(빨간색)을 나타낸 표이다. 음영으로 칠해진 회색은 경기침체 구간이다. 한번 경기침체를 거치고 나면 기업부채 비율이 낮아지지만 아주 맨 처음 낮아지는 것 만큼은 낮아지지 않는다. 이러한 사이클이 계속 되면 결국 부채가 경기침체를 겪을때마다 낮아지긴 하지만 장기추세적으로 우상향 하는 결과, 즉 부채는 점점 많아지는 현상을 보이게 된다. 그에반해 정책입안자들은 경기침체때 마다 금리를 내리게 되므로써 금리는 점점 낮아진다.
출처: Fred
아래차트는 GDP 대비 미국 정부의 부채와 GDP 대비 미국 기업의 부채를 그린 차트이다. 미국 정부의 부채는 경기침체때 오히려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경기침체 때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못하는 반면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적인 실업수당과 각종 복지정책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경기침체시 기업들의 부채는 낮아져서 디레버리징을 하는 반면 같은시기 정부는 빚을 더 많이 내서 경기를 부양시키는 것이다.
출처: Fred
장기부채 사이클
단기부채 싸이클들이 모여서 더 큰 부채를 짊어지게 되고 점점 고점을 높여가는 형태의 부채를 만들게 된다. 부채가 고점에 있고 기준금리가 0%에 있어서 더이상 금리인하를 하기 힘들 때 장기부채 사이클의 마지막에 있다고 말한다.
1900년대에서 2000년대의 긴 텀으로 본다면 1930-1940년대, 2010-2020년대가 장기부채 사이클의 마지막이라고 볼 수 있다. 아래 그래프의 파란색(왼쪽)은 미국의 총 부채 대비 GDP를 나타내고 있으며 주황색(오른쪽)은 미국의 단기금리를 나타내고 있다.
출처: lynalden.com
아래 차트는 파란색 그래프인 M2(광의통화) 대비 총 부채를 나타내는데 더 선명하게 싸이클을 볼 수 있다.
몇몇 개인들이나 기업들이 돈을 갚거나 파산을 함으로써 빚을 줄여나갈 수는 있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그러한 행위는 매우 작게 일어난다. 국가 전체적으로 디레버리징(부채축소)를 일으키려면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총 부채를 축소시키는 속도와 양보다 M2를 크게 늘리는 속도를 매우 빠르고 크게 늘리는 방법이다.
장기부채 싸이클은 단기부채 싸이클처럼 부채축소(디레버리징)를 하지 않는다.
단기부채 싸이클에서 정상적인 레버리지를 가진 시스템 내에서는 자연스러운 부채축소 과정을 거칠 수 있고 실질적인 시장 주도의 회복을 통해서 경기 회복이 가능하다. 이러한 경우 은행과 정부는 파산하지 않으며 몇몇 기업과 가계들만 어느정도의 빚을 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며 시스템적인 위기로 가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장기부채 싸이클의 끝에서 정부가 돈을 너무 많이 푼다고 비난하지만 이건 잘못된 비판이다. 애초에 시스템 내에 너무 많은 돈을 풀고 부채의 축적을 장려한 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부채는 누군가의 자산이다. 그 누군가의 부채를 못값고 파산하는 경우 상대방의 자산도 파괴된다. 누군가의 파산으로 상대방의 자산이 파괴되면 연쇄적으로 파산 할 수도 있다.(자산은 또다른 부채이기 때문) 마찬가지로 직장에서 해고되면 소비가 줄어들어 기업들도 수익을 잃고 직원들도 해고되며 반복적으로 해고된다면 은행에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은행들도 파산할 수 있다. 위와 같이 경제위기가 진행되면 정부에서 걷는 세율은 늘어나고(걷을 세금이 줄어들어 세율을 높임) 지출은 줄어든다.
그러나 장기부채 싸이클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지속된 상황이기 때문에 부채가 많이 쌓여있다. 시스템 내에 너무 많은 부채로 인하여 시스템적 위기가 오게된다.
정상적인 부채축소 과정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없이도 어느정도 해소가 가능하다. 하지만 장기부채 싸이클의 마지막에서는 부채가 너무 과도하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정치인들과 정책입안자들,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애초에 부채를 크게 키운 상황이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디레버리징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또한 정말 소신있는 정치인이 정부의 개입 없이 부채를 축소하겠다고 나선다면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임하게 될 것이고 또 다른 포퓰리즘적인 정치인이 당선되어 정부개입을 진행하여 디레버리징을 완화적으로 진행하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장기부채의 마지막 싸이클에서는 정부의 개입 또는 돈을 푸는 방식으로 부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장기부채 사이클의 끝에는 빈부격차가 매우 크게 벌어지는 경향이 있다. 부의 집중도가 한곳에 몰리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경제에 돈이 잘 돌지 않게 되고 경제도 안좋아진다. 이렇게 경제도 안좋아지고 빈부격차가 심해진다면 포퓰리즘적 정책이 더 성행하게 된다.
출처: Bridgewater Associates
위의 차트는 상위 0.1%가 미국에서 갖고있는 부의 수준과 하위 90프로가 갖고있는 부의 수준을 나타낸 것이다. 1930~40년대와 2020년대에 빈부격차가 최대치로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장기부채 사이클의 끝에는 빈부격차가 맥시멈으로 커진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국가안보적 관점에서 장기부채 싸이클의 마지막에 돈을 더 풀수밖에 없는 요인이 있다. 한 나라가 만약에 정직하게 부채를 줄이고 지출도 줄여서 혹독한 경제 대공황을 거친다고 해도 다른나라들은 돈을 더 풀어서 경쟁적으로 부양책을 쓴 나라에 비해서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취약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장기부채 싸이클에서의 디레버리징은 단기부채 사이클의 디레버리징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장기부채 사이클의 예전 사례
미국역사, 국제역사 그리고 고대 그리스와 메소포타미아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거의 필연적으로 부채가 피크를 친 시기를 살펴보면 명목상의 부채가 낮아지는 대신 통화자체가 평가 절하되는 경향이 있다.
2600년 전의 아테네의 예시와 현재의 상황과 매우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기원전 594년 아테네의 플루타르코스에 따르면 부자와 빈자의 격차가 극에 달하여 도시는 위험에 빠진 것 같았고 도시를 혼란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다른 수단은 전능한 권력 외에는 가능하지 않은 것 처럼 보였다. 가난한 자들의 지위는 점점 낮아졌고 (정부와 법원이 가난한자들에게 불리한 문제를 결정하고 판결하였다) 그에 따라 반란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하였다. 이와 반대급부로 부자들은 그들의 재산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면서 자신들을 방어할 준비를 하였다. 귀족혈통의 사업가인 솔론은 최고왕권에 선출되었고 그는 통화를 평가절하하여 (그 자신은 채권자였다) 모든 채무자들의 채무를 완화시켜주었고 가난한 자들의 채무를 지워주었으며 부자들에게는 세금을 더 메기는 방식으로 정책을 실행시켰다. 더 나아가 그는 아테네를 위해 전쟁에서 죽은 사람들의 아들들을 정부의 비용으로 양육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주선했다. 부자들은 그의 조치가 명백한 몰수라고 항의했고, 급진주의자들은 그가 땅을 다시 나눈 것이 아니라고 불평했지만, 한 세대 안에 그의 개혁이 아테네를 혁명으로부터 구했다는 것에 거의 모두 동의했다.”
- "역사의 교훈", 윌과 아리엘 듀란트, 1968
장기부채 사이클 디레버리징 과정에서 명목부채는 부분적으로 감소 할 수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통화절하 또는 금 교환비율(something that was pegged) 을 높이며, 그 결과 GDP 및 기타 경제지표에 비해 기존 부채가 감소된다.
즉, 위에서 말했다시피 많은 역사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분모(통화)는 많이 높아지고(화폐 평가절하) 분자(명목 부채)는 상대적으로 적게 내려가기 때문에 시스템 전반의 부채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
미국의 역사를 바라본다면 GDP 대비 전체 부채를 2개로 쪼개서 바라 볼 수 있다. 1)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파산위험이 거의 없음) 2) GDP 대비 공공부채 (파산위험 있음)
아래 표를 보면 주황색 선은 디플레이셔너리한 은행위기때 피크를 치고, 파란색 선은 통화 평가절하 경로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non-federal debt(주황색 선 - 민간부분 부채)은 1930~40년대에 많이 줄어든 모습을 볼 수 있다. 225%에서 75%정도로 많이 낮아진 모습이지만 명목부채는 사실상 20%정도밖에 줄어들지 않았다. 반면 금과 연계된 달러의 가치는 낮아졌는데, 1 온스 금의 가격은 20.67달러에서 35달러로 달러의 가치가 평가절하 되었고 어느정도 재정 부양책과 더불어서 GDP와 M2 대비 부채비율을 크게 낮추었다. 명목부채는 20%밖에 하락 하지 않았지만 분모인 M2와 GDP는 크게 상승하였다.
1930년대에는 1932/33년 경제 저점에서 어느정도 회복되었지만 1937년에 또 다른 경기침체에 직면하였다. 1930년대 초 금 페그가 완화되면서 달러가치가 평가됨과 동시에 통화기반이 확대된 후 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유발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기존 디플레이션 압력이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높은 인플레이션은 유발되지 않았다.
그 후 1940년대 초에 세계 2차대전에 돌입했고 연준이 많은 국채를 매입해줌으로써 막대한 재정적자를 시작하였다. 연준은 국채 수익률을 인플레이션보다 낮게 유지하였고 미국의 산업생산은 5년내에 3배로 증가하였다.
종종 전쟁이 경제를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게 했다고 말하지만 그건 절반의 사실이다. 전쟁 그 행위 자체는 경제적으로 마이너스적인 요소이지만 (생명을 잃고 값비싼 장비가 외국에서 부숴지는 것 등) 전쟁으로 인해 국가가 마이너스 재정지출을 단행하여 만들어진 생산기반들은 군인들이 본국으로 되돌아와서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후 평시 경제의 새로운 기술과 생산성 측면에서 생산적이었고 GI 지출법안으로 인해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들이 국내 생산에 투입되고 교육되었다.
전쟁이 끝난 후 정부부채는 명목상으로 줄어든 적은 없지만 GDP와 인플레이션의 상승으로 인하여 GDP 대비 정부부채는 감소하였다.
1940년대는 재정정책 및 통화정책이 MMT 중심의 정책으로 갈 수 밖에 없었고 동일한 장기부채 사이클에 있다는 사실에 입각할 때 2020년대는 코로나 사태 이후에 각종 정책들이 MMT 중심의 정책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 외부의 촉매제(코로나 사태, 전쟁 등) 은 재정적자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정책 입안자들의 인식을 바꾼다.
1940년대처럼 막대한 재정지출로 인하여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GDP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통화와 채권 보유자들은 사실상 굉장한 마이너스를 기록하여 사실상의 파산과 마찬가지였고 반면에 채무자들은 채무탕감의 효과를 누렸다.
아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Ark Investment Management)는 최근 연구 논문에서 지난 한 세기 동안 전 세계적으로 통화 가치 하락이 얼마나 빈번했는지 보여주는 훌륭한 차트를 보여준다.